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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말기 강담씨 ‘가족품서 죽고싶다’ 소원 못 이루고 사망”
“2000년 비전향장기수 1차 송환..13명 남아 2차 송환 기다려”

비전향장기수송환20주년기념사업준비회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비전향 장기수의 추석 전 2차송환을 촉구하고 있다. 2020.9.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비전향장기수송환20주년기념사업준비회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비전향 장기수의 추석 전 2차송환을 촉구하고 있다. 2020.9.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추석연휴를 3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비전향장기수를 추석 전에 북한으로 송환해달라고 주장했다.파워볼게임

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와 NCCK인권센터 등 진보사회단체들은 8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0년 비전향장기수 송환은 한 번으로 끝날 수 없다”며 “1차 송환에서 제외된 이들을 2차 송환해달라”고 주장했다. 비전향장기수란 인민군 포로나 남파 장기 간첩 중 사상 전향을 거부해 대한민국 감옥에서 수십년째 복역 중인 장기수를 뜻한다.

단체는 “올해는 2000년 9월2일 비전향장기수 63명이 송환된 지 20년이 되는 해”라며 “2000년 당시 1차 송환 대상으로 분류되어 있었지만 미처 신청하지 못했거나 고문에 강제전향당하거나 정전협정 이후 송환되었어야 할 전쟁포로 출신 등 1차 송환에서 제외된 33명은 20년째 줄기차게 2차 송환을 촉구해왔다”고 밝혔다.

단체는 “2차 송환 희망자 33명 중 이미 오랜 옥고와 고문 후유증 등으로 인해 20명은 숨을 거두었고 현재 13명 만이 힘겨운 투병생활을 이어가며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며 여러 장기수들이 최근 숨지거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중환자실에 입원해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에 의하면 지난해에 비전향장기수 중에서 김동섭, 류기진, 서옥렬씨가 사망했으며 지난 4월에는 허찬형씨가 사망했다. 이들은 비전향장기수 강담씨(88)가 지난달 21일 폐암말기의 시한부 인생을 살다 ‘가족품에서 죽고 싶다’던 마지막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눈 앞의 가족을 만날 수도 없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갈 수도 없는 비극은 민족 분단에서 비롯됐다”며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는만큼 이분들이 이번 추석을 가족 품에서 보낼 수 있도록 전향적인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남은 비전향장기수들을 송환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단체는 “이미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이니 방법상의 문제만 고민하면 된다”며 “추석 전에 민족분단과 대결 시대의 산물인 비전향장기수의 2차송환이 이뤄진다면 남북사이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마중물이 되어 민족분단의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suhhyerim777@news1.kr

최대 위기를 맞은 중국에서는 원로에 의한 ‘시진핑 하야설’까지 떠돌았다. 그런데 중국 원로의 실제 관심사는 현안이나 실정이 아니라 자신들이 빼돌린 해외 자산의 안전성과 수익성이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홈페이지 갈무리중국 전·현직 최고지도자의 비공개 회의가 열리는 베이다이허에 세워져 있는 마오쩌둥 동상.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홈페이지 갈무리중국 전·현직 최고지도자의 비공개 회의가 열리는 베이다이허에 세워져 있는 마오쩌둥 동상.

“가장 수수께끼 같은 회의.” 8월18일자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올해의 베이다이허 회의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매년 7월 말~8월 초, 중국의 전·현직 최고지도자들이 허베이성 친황다오의 해변 휴양지인 베이다이허에 모여 중국의 당면 현안을 논하는 비공개 회의다.동행복권파워볼

올해는 중국에 유난히 현안이 많다.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과정의 정보를 은폐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미·중 관계 역시 무역협상 1차 합의에도 불구하고 악화됐다. 이어서 터진 홍콩보안법 사태로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시진핑 정부를 비판하면서 중국의 고립감을 더욱 심화시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5월 말부터 시작된 홍수로 양쯔강이 범람해 일대 곡창지대가 물에 잠겼다. 올겨울 식량난까지 우려되는 형국이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언로가 막힌 중국 체제에서 유일하게 공산당 수뇌부의 다양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공간이다. 현직에서 물러나 뒷전으로 나앉은 중국공산당 원로들이 그동안 꾹꾹 눌러 참고 있던 불만이나 건의 사항을 쏟아내는 자리다. 그중 일부는 첩보나 정보 형태로 언론이나 인터넷 공간에 등장하기도 한다. 올해는 때가 때이니만큼 소문이 유독 험악했다. 시진핑 주석의 실정에 대한 원로들의 분노와 대응이 주된 내용이었다. 매우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나왔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기조다.

‘지금 중국공산당은 정권 수립 이후 최대 위기 상황이다. 자극해서는 안 될 미국을 화나게 했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지금 (과거 당에 의해 축출된) 화궈펑보다 더 심각한 처지다. 원로들이 시진핑의 사임을 요구했고 일부는 미국 정부의 밀사들과 비밀리에 만나 그의 거취를 논의하기까지 했다.’

뜬소문으로 그친 정도가 아니라 중화권 매체들은 물론 국내 일부 매체 역시 ‘현지 소식통 전언’이라며 이런 내용을 소개했다.

‘과연 그럴까’ 의심이 들었지만 중국이 처한 엄중한 현실을 반영한 내용이기도 해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봤다. 그런데 천만뜻밖에도 시진핑 주석은 태평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가장 수수께끼 같은 회의’라고 평한 이유다.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일정을 고려하면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는 8월1일부터 시작해 16일쯤 끝난 것으로 판단된다. 회의 시작 이틀 전인 7월30일, 시진핑 주석은 공산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 정치국 회의에서는 오는 10월에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5중 전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5중 전회의 주요 의제는 ‘제14차 5개년 계획’과 ‘2035년까지 장기 목표’다. 제14차 5개년 계획은 올해 말 끝나는 13차 5개년 계획에 이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경제발전 계획을 뜻한다. 2035년까지 장기 목표란, 그동안 시진핑 정부가 2025년 완료 시점으로 추진해온 첨단산업 육성 계획 ‘중국 제조 2025’를 2035년까지 연장하자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Xinhua2018년 3월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헌법 선서를 하고 있다.
ⓒXinhua2018년 3월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헌법 선서를 하고 있다.

그런데 2035년은 시진핑 주석의 주석직 임기 연장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숫자다. 2017년 10월에 열린 제19차 당대회 기조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향후 발전단계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 바 있다.파워볼사이트

‘1단계로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한다. 2단계는, 2035년부터 시작해서 21세기 중(2050년)에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실현한다.’

문제는, 당시 헌법 조항(5년 임기 주석직의 연임까지 가능)으로 볼 때 시진핑 주석의 임기가 2022년까지라는 점이다. 그가 국가주석에 취임한 해가 2012년이니 연임해도 2022년이 주석으로서 마지막 연도다. 그런데 자기 임기를 13년이나 넘긴 2035년까지 추진할 국가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따라서 ‘시 주석이 2035년까지 장기 집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2017년 당시부터 떠돌았다. 소문은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다음 해인 2018년 2월의 당 중앙위 전원회의와 3월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거치며 5년 임기 연임까지만 허용한 헌법 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그 배경은 시진핑의 장기 집권 야욕일 수 있다.

이런 시진핑이 공산당 창당 이래 최대 위기로 원로들이 자신을 권좌에서 끌어내릴지 모를 절체절명의 베이다이허 회의를 이틀 앞두고(7월30일) ‘2035년까지 집권’을 염두에 둔 결정을 내린 셈이었다. ‘태평하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시진핑 주석은 베이다이허 회의 기간에 무심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회의 기간 중인 8월 첫 주에 중국 관영 매체들에는 시진핑이 해외 정상들과 통화했다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절감하도록 지시를 내렸다는 등의 시시콜콜한 동정 보도만 나왔다. 시 주석의 이런 태도로 인해 그의 강력한 1인 권력 아래서 ‘베이다이허 회의 역시 주요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본래의 입지를 잃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AFP PHOTO7월23일 캘리포니아주 닉슨 대통령 기념관에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문제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AFP PHOTO7월23일 캘리포니아주 닉슨 대통령 기념관에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문제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태산명동서일필, 베이다이허 회의

회의 결과를 보면 시진핑 주석의 태평한 분위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시사IN〉이 접촉한 중국 현지 소식통들은 “이번 회의에서 시 주석의 권력이 타격받지 않았다”라고 전해왔다. 현지에 주재 중인 국내 언론의 분석도 대체로 일치한다.

일부 원로들이 시 주석의 2선 후퇴를 거론한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심지어 리커창 총리는 중국 경제의 향후 발전 방향을 둘러싸고 시 주석과 감정 섞인 언쟁까지 불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는 제14차 5개년 계획 같은 당면 현안은 물론 대미 관계 등 대외전략 분야에서도 어느 정도의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23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닉슨도서관 연설을 계기로 미국 측은 중국공산당 정권의 합법성을 공격하며 미·중 관계를 사실상 ‘자유세계 대 전체주의 정권의 대결’로 규정한 바 있다. 과거 소련에 맞섰던 냉전이 중국을 대상으로 부활한 셈이다. 갈수록 거세지는 미국의 압박에 맞서 중국의 전·현직 최고 지도부는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지구전’ 개념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전은 7월30일의 정치국 회의에서 이미 공식화되었다. 항일전쟁과 국공내전 시절 중국공산당 지도자인 마오쩌둥이 자신보다 강한 상대방이라도 유격전 등 유리한 방식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투쟁하면 무너뜨릴 수 있다고 정립한 개념. 미국에 강경하게 맞서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중국에 유리한 방식으로 싸워나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로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홍콩보안법 강행 이후 전 세계적으로 형성된 반중 정서 등에 대한 대응책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태산명동서일필’이라고, 베이다이허 회의 이전에 중국계 인터넷에 떠돌던 분위기와 실제 회의 결과 사이에 상당한 괴리를 느낄 수 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나 중화권 전문가들 분석대로 시진핑의 권력이 너무 막강해서 원로들을 무력화해버린 것일까? 베이다이허 회의를 앞두고 시 주석이 공안기관에 대한 검열 등 반부패 운동을 재현하려는 조짐을 통해 반대파를 압박한 정황은 존재한다. 또한 일부 분석가는 대미 관계에서 문제가 된 시 주석의 중국몽 등 강국 노선은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창당 초기부터 공유해온 것으로 시 주석만의 잘못으로 돌리긴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중국이 처한 위기가 엄중한 만큼 중국공산당 내부 분열까지 드러낼 경우 대중의 불만이 솟구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타협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방향의 분석도 있다. 원로들 사이에서 시진핑 주석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번 회의보다 지난해, 즉 2019년의 베이다이허 회의 때가 훨씬 격렬했다고 한다. 당시에도 가장 큰 현안은 홍콩 사태와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 변수였다. 특히 홍콩 사태는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둘러싼 시민들의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상황이었다. 원로들 사이에선 시진핑 주석의 대응을 성토하며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을 동원해서라도 홍콩 시위를 강경 진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 일부 언론에 언급되기도 했다. 당시엔 시 주석이 군대 동원보다 법적 조치를 강화해 홍콩 사태를 해결하겠다며 분위기를 진화할 정도였다.

그러나 중국 전체의 위기라는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엄중할 수밖에 없다. 그 분위기가 일정하게 ‘시진핑 하야설’로 반영되어 인터넷에 떠돌았다고 할 수 있다. 달라진 것은 오히려 중국공산당의 원로들이다. 지난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목소리를 높인 원로들이 올해는 형식적으로 몇 마디 하고 조용히 넘어간 셈이다. 이 차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AFP PHOTO최근 중국은 코로나19, 대미 관계 악화, 홍콩보안법 사태(위), 홍수와 산사태 등 자연 재해로 최대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AFP PHOTO최근 중국은 코로나19, 대미 관계 악화, 홍콩보안법 사태(위), 홍수와 산사태 등 자연 재해로 최대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시진핑 정권의 대미 자세가 유연해지는 이유

중국의 원로들이 어떤 때에 주로 목소리를 높이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중국의 권력투쟁과 내부 정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른바 중국의 원로 그룹 중 지금까지 세를 유지하는 집단은 장쩌민-쩡칭훙 주도의 상하이방 그룹이다. 후진타오 전 주석 계열은 원로들보다 리커창 총리처럼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을 기반으로 여전히 현역에서 뛰는 인물 위주다. 태자당은 시진핑 주석을 배출했지만 인사에서 소외되며 주로 상하이방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상하이방으로 일컬어지는 장쩌민-쩡칭훙 그룹이다. 1989년 장쩌민이 권좌에 앉으면서 형성된 이 그룹은 중국의 고도성장기를 주도하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 뒤를 이어 후진타오가 주석직을 승계했지만, 장쩌민은 군사위 주석을 2년간 더 유지했으며 이후에도 측근들을 권력의 핵심 요직에 배치할 수 있었다. 실권을 놓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장쩌민이 후진타오 집권 기간을 포함해 사실상 20년간 권좌를 유지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그러나 2012년 시진핑 주석이 등장하면서 5년 동안 피 튀기는 권력투쟁이 벌어진다. 시 주석이 측근인 왕치산을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에 앉혀 대대적으로 벌인 반부패 투쟁은 바로 장쩌민-쩡칭훙계를 겨냥한 권력투쟁이었던 셈이다. 양측이 서로 타협한 시기는 2017년 제19차 당대회 때였던 것으로 보인다. 타협의 조건은 간단했다. 장쩌민계는 권력투쟁의 내막에 대해 대외적인 폭로를 자제하고 시진핑 쪽은 장쩌민계가 부정부패로 거둬들인 자산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즉, 그 자산을 홍콩이나 미국으로 빼내 운용하는 것을 용인한다는 내용이다. 제19차 당대회를 계기로 왕치산이 당 중앙기율위원회 서기에서 물러나면서 반부패 투쟁을 종료시킨 것은 그 결과일 수 있다. 따라서 장쩌민파의 자산 운용에 부정적인 상황이 오면 장쩌민파 원로들을 필두로 한 베이다이허 회의 분위기가 험악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에 망명 중인 중국 사업가 궈원구이 씨는 지난해 4월13일 자신의 유튜브 계정을 통해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가족이 해외에 1조 달러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전 주석의 손자 장즈청의 자산만 5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궈 씨는 영상에서 “장 씨 일가는 국유기업, 금융기관, 보험 등 다양한 기업을 1000개 이상 지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해외에서 5000억 달러를 세탁했다”라고 말했다. 세탁된 자금 중 일부는 미국의 금융 펀드, 대형 첨단기업 등에 투자됐다고 한다. 부정부패는 장쩌민뿐 아니라 중국의 원로나 태자당 출신들에게 보편적이다.

2014년 위키리크스는 해외 조세 도피 지역에 자산을 빼돌린 중국 고위층 가족의 명단을 보도하기도 했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원로들이 해외에 빼돌린 자산이 무려 10조 달러(약 1경)에 이른다고 한다.

ⓒXinhua최근 중국은 코로나19, 대미 관계 악화, 홍콩보안법 사태, 홍수와 산사태 등 자연 재해(위)로 최대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Xinhua최근 중국은 코로나19, 대미 관계 악화, 홍콩보안법 사태, 홍수와 산사태 등 자연 재해(위)로 최대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이들 원로 그룹들이 시 주석의 정권 운용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미국이나 홍콩으로 빼돌린 자산의 안전성과 수익성에 관련된 사안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2018년 7월 트럼프 정부가 주로 상하이와 광둥성 일대 첨단기업들을 대상으로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주로 자식이나 친인척을 통해 이들 기업을 보유한 원로 그룹이 시진핑에게 미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말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홍콩 사태에 원로들이 강경 대처를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8년부터 미국과 무역 갈등이 본격화되자 장쩌민파 쪽에서 미국의 자산동결을 우려해 미국 투자자금의 상당 부분을 홍콩으로 빼냈다고 한다. 지난해 홍콩 시위가 크게 확산되자 자기 재산의 안전성을 걱정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무력을 동원한 강경 진압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홍콩보안법 실시 이후 외견상으로 홍콩의 시위 열기가 수그러든 최근에는, 적어도 원로들 기준에서는 지난해처럼 시진핑 주석을 험하게 몰아붙일 이유가 없었다.

다만 대미 관계는 여전히 숙제다.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실질적인 조처까지 취하면 홍콩으로 빼낸 자산가치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이미 많은 자금을 싱가포르로 다시 옮기긴 했다. 그보다 미국과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지금까지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리고 나면 시진핑 정권의 대미 자세가 그 전보다 유연해지곤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중국 원로들의 해외 자산 문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남문희 기자 bulgot@sisain.co.kr싱싱한 뉴스 생생한 분석 시사IN (www.sisain.co.kr) – [ 시사IN 구독 ]

“‘응급실 가면 어떻게든 해주겠지’라는 생각으로 구급차부터 부르고 보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진짜 응급한 환자에게 먼저 치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연합뉴스2월26일 코호트 격리된 부산 아시아드 요양병원의 중증 환자가 부산의료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2월26일 코호트 격리된 부산 아시아드 요양병원의 중증 환자가 부산의료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지난 3월11일 정유엽 학생(17)이 경북 경산시 백천동 경산중앙병원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7시30분이었다. 운영 시간이 지난 선별진료소는 문이 닫혀 있었다. 체온이 41℃를 오르내렸지만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응급실 출입도 거부당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떤 조치도 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부모의 간곡한 요청으로 차 안에서 맞은 링거가 치료의 전부였다.

경산중앙병원에서는 상급병원으로 가라며 소견서를 써줬다. 구급차 이송도 허락하지 않았다. 부모는 호흡곤란으로 헐떡이는 아들을 태우고 대구 남구 대명동 영남대병원까지 달려갔다. 영남대병원 음압병실에서도 코로나19 검사가 이어졌다. 결국 폐렴이 악화된 정유엽군은 3월18일 숨을 거뒀다. 건강했던 아들을 일주일 만에 잃은 부모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내며 이렇게 적었다. “저희 가족은 ‘차라리 우리 유엽이가 코로나19에 걸렸으면 제대로 된 치료라도 받을 수 있었고 죽지도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집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응급 혹은 만성 환자가 의료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좁아졌다. 단지 열이 난다는 이유만으로도 감염을 의심받기 때문이다. 의심을 풀 방법은 음성 판정을 받는 것뿐이다. 하지만 코로나19 검사는 독감 검사와 달리 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최소 8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골든타임’이 지나간다. 비(非)코로나 환자에 대한 의료공백은 이렇게 생긴다.

시민단체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7월 말부터 의료공백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약 한 달 만에 접수된 사례가 50여 건에 달한다. 정기적으로 신장 투석을 받아왔으나 발열 때문에 진료 일정이 지연되면서 상태가 악화된 환자부터 중이염 증상이 코로나19로 오인된 경우까지 다양하다.

지난 2~3월 대구에서는 비코로나 환자에 대한 의료공백이 컸다. 당시 보건 당국은 일부 의료기관을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해, 발열 및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와 비호흡기 질환 환자의 진료를 분리하도록 했다. 정유엽군이 처음 찾아간 경산중앙병원도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곳이었지만, 그는 고열이 난다는 이유로 응급실에조차 들어갈 수 없었다. 코로나19가 의심되는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먼저 선별진료소에서 음성 결과를 받아야만 병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권정훈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국민안심병원에서 뜻하는 ‘안심’이 환자의 안심이 아니라 위험을 원천 차단한 병원의 안심이라고 지적했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응급환자가 병원 문턱에 발도 못 붙이게 하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응급환자일수록 빨리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게끔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병원에서 감염을 우려해 응급환자 받는 것을 꺼리자 보건 당국은 3월11일 ‘중증응급진료센터(중증센터)’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증센터는,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더라도 환자의 증상이 심각하다면 우선 처치할 수 있는 격리병상을 갖춘 의료기관이다. 이 조치에 따라 각 시도는 최소 2곳의 병원을 중증센터로 지정해야 했다. 중증센터가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는 격리병상은 최소 5개다.

하지만 ‘시도별 중증응급진료센터 2곳’이란 기준은 여전히 한참 부족하다.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부교수는 “한 달 동안 서울시에서 발열·호흡기 증상 때문에 119 구급차로 이송되는 환자가 평균 3000~4500명이다. 하루 100~150명꼴인데, 현재 서울시 내 중증센터 9곳에 있는 격리병상은 다 합쳐봐야 약 50개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도보나 자가용, 대중교통을 타고 오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격리병상에서 소화해야 하는 일일 환자 수는 거의 300명으로 치솟는다. 게다가 한번 격리병상에 들어간 환자는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빈자리가 빨리 생기지도 않는다. 장은영 서울대병원 응급실 간호사는 “하루에 1~2건, 많으면 3~4건까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상황이 악화된 환자를 본다. 받아줄 병원이 없어서 구급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경기도 파주에서 이곳 서울시 종로까지 온 환자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유엽사망대책위 제공6월16일 고 정유엽군의 유가족과 대책위 관계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정유엽군 사망 진상조사와 비(非)코로나 환자 의료공백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유엽사망대책위 제공6월16일 고 정유엽군의 유가족과 대책위 관계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정유엽군 사망 진상조사와 비(非)코로나 환자 의료공백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응급환자 중 위급한 1단계 환자는 7%뿐

그렇다고 격리병상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음압시설을 갖춘 격리병상은 일반 병실보다 훨씬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 격리병상을 늘리면 그만큼 다른 환자에게 돌아갈 병실이 줄어든다. 공공의료기관이 중증센터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소외계층에게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는 더욱 축소된다. 홍기정 부교수는 “서울대병원은 공공의료기관인 만큼 행려자를 많이 담당하기 때문에 결핵 환자도 많다. 코로나19로 병상이 꽉 차 있는 상황이라 결핵 환자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라고 말했다.

결핵 환자뿐만이 아니다. 빈곤층, 이주민 등 이미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이 진료받기가 더욱 힘들게 되었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노동건강연대 대표)은 “팬데믹 상황에서 ‘초과 사망’ 발생을 막을 수 없다면, 적어도 소득이나 계층에 따라 초과사망률이 크게 다르지 않도록 사회적 조처를 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초과 사망’이란 일정 기간에 평균 수준을 초과해 발생한 사망을 의미한다. 홍윤철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단장(예방의학과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대구의 초과 사망자는 187명이었다. 이상윤 책임연구위원은 초과사망률이 증가한 원인이나 양상에 대해서도 추후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격리병상 확장이 어려울 때 의료공백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더 위급한 환자가 먼저 격리병상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홍기정 부교수는 “응급환자 150명을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중증도 분류체계에 따라 지금 당장 의사가 진료를 봐야 하는 1단계 환자는 10여 명뿐”이라고 말했다. 열이 나서 무섭다는 이유만으로 구급차를 부른 사람들이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병상에 누워 있는 동안, 일분일초가 급한 심정지 환자나 중증 외상 환자들은 빈 병상을 찾아 구급차를 타고 이 병원 저 병원 떠돌게 된다. 구급차가 환자를 싣고 계속 헤매는 동안 또 다른 응급환자는 구급차마저 타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원래 고질적이던 응급실 포화 상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됐다. 결국 팬데믹 상황에서 의료공백을 메울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한정적인 의료자원을 위급한 사람에게 먼저 배분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홍기정 부교수는 진료 순서의 효율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여전히 ‘응급실 가면 어떻게든 해주겠지’라는 생각만으로 구급차를 부르는 분들이 많다. 중증도 분류체계에 따르면 3~5단계 환자는 세 시간 안에만 진료를 보면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응급실에서 의사가 세 시간 만에 나타나면 대부분 멱살부터 잡는다. 진짜 응급한 환자는 화를 낼 기운도, 멱살을 잡을 힘도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먼저 치료 기회가 돌아가는 식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싱싱한 뉴스 생생한 분석 시사IN (www.sisain.co.kr) – [ 시사IN 구독 ]

11일 기안기금 2兆 지원 결정

자산 매각·구조개편 추진할듯

항공과 밀접한 서비스 산업도

매출 급감에 인력줄이기 나서

이스타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잇따라 불발에 그치면서 항공업계가 전례 없는 구조조정 후폭풍에 휩싸였다. 사실상 ‘노딜(거래 무산)’ 선언만 남겨놓은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주중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이 인수 주체였던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에 계약해지를 통보할 전망이다. 업계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분리 매각 가능성 등에 주목하며 항공산업 구조개편의 신호탄으로 작용할까 우려하고 있다. 항공업계발(發) 구조조정 회오리는 다시 업종 특성상 가장 밀접한 대면(對面)서비스 분야인 여행, 면세, 호텔 등으로 연쇄적으로 빠른 속도로 번지면서 산업 전반을 위축시키고 있다.

8일 금융권,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HDC현산의 인수 무산 이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방식이 이번 주 후반에 결정된다. 정부는 오는 11일 오전에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회의에선 채권단의 ‘플랜B’ 보고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의 기금운용심의회 회의가 같은 날 오후 4시에 열려, 2조 원 안팎의 지원 내용을 확정한다. 금융권 핵심 관계자는 “구체적인 회의 안건과 내용은 회의 당일 위원회에 공개될 예정”이라면서도 “아시아나항공 노딜 관련 기안기금 지원 안건이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11일 아시아나항공이 기안기금을 신청한다”며 “장 마감 후 HDC현산에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관리 체제에 편입되면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 분리 매각을 통한 몸집 줄이기를 진행할 수 있다고 본다. 유휴자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도 검토 대상이다. 이스타항공이 지난달 말 98명의 희망퇴직을 받은 데 이어 전날 605명을 정리해고하면서 감원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극심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LCC의 구조조정 등도 이뤄질 공산이 크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고 있어 새 인수 대상자가 나올지 미지수”라며 “대형항공사(FSC) 간 통폐합 등 항공업계 구조 개편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항공업계 경영 위기가 표면화하면서 가장 밀접한 여행업계도 감원 등의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지난 6월 말 현재 직원이 2406명으로 2019년 말보다 94명 줄었다. 노랑풍선은 53명, 모두투어는 52명이 줄었고 레드캡투어와 참좋은여행도 각각 40명, 19명이 이탈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하반기에도 인력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업계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호텔신라는 올해 2분기 면세점 매출액이 전년 대비 58.6%, 신세계면세점은 58% 줄었다. 호텔업계에서는 롯데호텔이 지난 6월 명예퇴직이 포함된 ‘시니어 임금제도’를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롯데호텔이 명예퇴직에 돌입한 것은 16년 만에 처음이다.

곽선미·김온유·민정혜 기자

고용보험법 개정안 8일 국무회의 통과
입·이직 쉬운 특고는 별도 기금 관리 요구
사업주 성격 강해..보험료 부담 비율 논란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용 충격으로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이 1조1885억원으로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월별 구직급여 지급액은 지난해만 해도 6000억~7000억원대를 오갔지만 올해 2월 7800억여원에서 5월 1조원 규모로 치솟더니 6개월째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사진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설명회장에서 구직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2020.08.10.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용 충격으로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이 1조1885억원으로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월별 구직급여 지급액은 지난해만 해도 6000억~7000억원대를 오갔지만 올해 2월 7800억여원에서 5월 1조원 규모로 치솟더니 6개월째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사진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설명회장에서 구직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2020.08.10.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정부가 8일 방문학습지 교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도 고용보험 안전망 안으로 끌어들이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대상 직종, 보험료율 등은 시행령에 담기로 한 만큼 법이 통과되더라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정안의 핵심은 고용 사각지대 해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예술인과 특고 등 고용안전망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해당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협받는다는 취약성이 드러나자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그러나 보험료 재원을 둘러싸고 노사 이견은 첨예하다. 기업들은 일반 근로자와 다른 특고의 특성을 감안해 별도 기금으로 제도를 운영해야 하고, 보험료율 역시 사업주보다 특고의 부담이 더 많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도가 굴러가기 위해선 보험료를 납부하는 기업과 근로자 양측의 동의가 절대적인 만큼 정부가 합리적 수준의 대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인다.

개정안은 특고를 고용보험에 당연 가입시키고, 실직 전 24개월 중 1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한 비자발적 이직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일반 근로자(이직 전 18개월 중 180일 이상)보다 엄격한 기준이다.

정부는 산재보험을 적용했던 특고 14개 직종 종사자 77만명을 우선 적용 대상으로 보고 있다. 다만 내년도 예산에 책정된 691억원은 오는 12월 시행되는 예술인 3만5000명, 특고 종사자를 43만명으로 추정한 금액이다.

재계는 특고 직종은 이직이 자유롭고 노동시장 자체가 구직자 위주로 흘러가고 있어 일반근로자와 상이한 실업급여 수급 형태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취업시장에 진입과 탈퇴가 용이한 이들이 요건만 맞춰 실업급여를 과다 수급할 수 있다는 우려다.

코로나19 사태로 넉달째 1조원대 실업급여 지급액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대량 편입될 경우 일반근로자가 낸 보험료를 수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한국경영인총협회(경총) 등 재계는 특고 보험료 기금 계정을 현행 고용보험기금 계정과 분리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고용보험법상에서는 기금을 하나로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특고 가입자의 보험료로 만들어지는 기금 역시 이에 통합해 운영할 방침이다. 그간 사업장 규모, 일용근로자 등 범위를 확대해오면서 해당 기금을 분리한 적도, 필요성을 검토한 적도 없다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직종과 종사자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기금 운영을 분리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노동시장 확대로 특고 종사자가 더욱 늘어날 전망인데 계정을 통합해 운영하면 사실상 일반 근로자들이 납부하는 보험료 대부분이 특고에 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기금 계정을 분리할 경우 결국 특고를 근로자 지위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란 지적도 있다. 별도 기금은 ‘제3의 노동형태’를 인정하는 것으로 일반근로자와 같은 수준의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계정을 분리하면 기존 고용보험제도와 다른 체계로 운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령 산재보험과 달리 고용보험은 적용제외 신청을 두지 않고 있는데, 특고는 예외적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해외에서는 유사근로자에 대한 보험 기금 운용을 달리하는 경우는 드물다. 스웨덴의 경우 현재 특고를 비롯한 모든 근로자들을 하나의 기금 계정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유럽연합(EU)의 기본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재계가 기금계정 분리를 요구하는 이유는 결국 이 문제가 지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고용보험료는 노사가 절반씩 부담하는데, 기존 체제로 운영될 경우 사업주 역시 특고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해 절반의 비용을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정부는 특고와 사업주가 공동으로 보험료는 부담한다고만 개정안에 담았다. 양측이 부담할 보험료율은 법 통과 후 시행령에 담긴다.

재계는 근로자보다 사업자로서 속성이 강한 특고는 근로자 측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노사가 각 7 대 3 비율을 언급하고 있다.

정부는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시행령에 담겠다는 입장이다. 연말까지 우선 적용 직종, 보험료율 등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역차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특고 노동자가 보험료를 납입해야 하는 기간은 일반근로자보다 길게 24개월 중에 12개월을 납부하도록 설정했다”며 “보험료율은 노사가 공동부담한다는 원칙만 결정돼 있고 정확한 비율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실업급여 수급자격도 현장상황을 살피며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료율이나 기여기간 관련 (쟁점이) 충분히 공유된다면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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